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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2019년을 돌아보며

by 구라미 2020. 1. 30.

 

 

 

 

2019년을 돌아보며

이렇게 회고를 작성할 것이었다면 조금 더 일찍 작성했었어야 하지만 더 늦기 전에, 1월이 가기 전에 작성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회고를 써보게 되었다. 2019년은 정말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리고 많은 변화와 성취가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도 많지만 어쨌거나 쓰다보면 생각나겠지.

구글 문서를 들춰보니 작년 초기에 내가 남겼던 기록들이 있다. 이 문서들을 참고하여 회고를 작성하겠다. 

 

 

1월 - 퇴사! 새로운 시작

참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고 저 문서에는 이직이라고 써놓았지만 뭔가 커리어 성장을 원했던 시기였다. 단순 UI디자인을 떠나서 체계적인 UX설계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 때에 마침 UX대학원에 다니는 친구와 되게 많은 이야기를 했었었는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꽤 즐겁고 생산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다. 그 친구는 전부터 내가 대학원에 와도 잘할 것 같다고 종종 제안했었는데 전에는 좀 와닿지 않다가 이 시기에 굉장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니면 진짜 개발이 배워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평소에 디자인 테이블이라는 디자인 팟캐스트를 굉장히 즐겨듣는데 거기 게스트로 나왔던 테크업계 디자이너치고 코드를 안다뤄본 사람이 없는거다! 특히 이 세 분이 정말 많은 자극이 되었는데

정희연(토스 플랫폼 디자이너) : https://yeun.github.io/

이지혜(리디 프로덕트 디자이너) : http://jihyeleee.com/

안지용 : https://anzi.kr/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할 뿐만 아니라 코드까지도 직접 작성한다는 것이 정말 멋져보였다!!! 

퇴사를 결심하고 1월 초에 사직한다고 회사에 말씀드렸다. 회사에선 아쉬워하셨지만 그래 너는 말을 허투루 하지 않는 애니까 결심이 섰다면 그렇게 하라고 시원히 보내주셨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인수인계 준비를 하면서 차근차근 퇴사준비를 하였는데 그동안 내가 디자이너로서 했던 많은 작업물들이 어지럽게 정리도 안된 채로 있었던 것을 문서를 두 개로 나누어서 차곡차곡 가이드처럼 정리하였다. 디자인 분야를 나누어서 출판물부터 UI까지 작업방식과 파일타입, 제작한 날짜를 정리해서 완성하고 나니 제법 양식을 갖춘 것 같아서 뿌듯했다. 계속 퇴사하고 나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지에 대한 계획과 리서치를 엄청한 시기였다. 한마디로 준비만 주구장창 하고 실행없이 고민만 한 시기라는 거다. ㅠㅠ

 

2월 - 잠깐 숨돌리기

퇴사하고 나서 좀 쉬면서 더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직접 디자인 하고 퍼블리싱 하는 과정에서 여러 UX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들을 북마크 해놓았었는데 그들의 웹사이트를 보면서 그 사람들처럼 나만의 색깔을 잘 담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고자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권 빌려다 봤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frog의 파운더인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디자인 포워드였다. 

그는 융합된 디자인, 감정을 스케치하는 디자인, 창의력, 창조성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영감을 디지털 도구가 아닌 직접 손으로 스케치하고 프로토타입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크린 안에서는 너무 협소한 창작물이 만들어진다. 더 넓게 생각해야겠다.

그는 그만의 감정과 철학이 담긴 시각언어를 창조한 사람이다.

모던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친화적인 애플의 디자인을 만든 것이 frog인데 이 책에 담긴 철학을 보면서 어쩌면 모든 것의 기본은 사실 다 같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3월 - 흔하디 흔한 기본 스펙쌓기

일단 백수생활을 이어가면서 간간이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보고 못봤던 드라마나 영화도 봤지만 고정적으로 나오던 급여가 없는 것은 사람을 꽤 불안하게 하는 일이다. 게다가 전부터 있어 왔던 개발배우기에 대한 갈증 vs 디자이너로서 더욱 심화된 커리어패스인 UX대학원 중에 끊임 없이 고민하던 시기였다. 어떻게 할지 고민만 하면서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한번도 쳐본 적 없던 Opic시험을 준비하고, 사실 준비도 진짜 제대로 안하고 듣기만 좀 하고 스크립트 읽고 따라하기 정도만 했다. 마음만 불안하고 집중을 못해서 매번 도피성 딴 짓만 엄청했던 기억이 난다. ㅠㅠ 시험장이 있는 혜화까지 걸어가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초조했다. 그냥 미드에서 본 대로 대충 말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입안에서 안튀어나올까봐 너무 걱정했다. 배정받은 좌석에 앉아서 헤드폰을 끼고 약간 불쾌한 골짜기스러운 느낌을 주는 eva와 대화하는데 초반에는 정말 너무 떨어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나도 못하고 되는 대로 이야기 했었다. 갈수록 긴장이 풀려서 후반 질문에는 그래도 잘 대답했는데 나중에 시험관이 막 부르길래 뭔가 했더니 시간 초과했다고 나가야한다고 하는거다. 아 진짜 8만원 날렸다라는 허탈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는데 날씨도 꾸리꾸리해서 정말 기분이 별로였었다..ㅋㅋ 그런데 나중에 점수확인 했을 때 IH떠서 정말 넘나 기뻤다!!!! 아무래도 발음빨 + 적당히 미드에서 본 어휘 사용 한거 때문인 것 같음...

서울에 사는 동생이 집에 와서 온 김에 같이 뒷산이나 등산할래? 하고 데려갔는데 올라 갔다 내려오면서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현재 내 고민과 상황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다가 동생이 누나 지금 대학원가면 누나 대학다닐 때 처럼 스트레스만 엄청 받을 것 같아 라고 하는거다. 그 말이 너무 와닿아서 이 때 거의 마음이 대학원에서 개발배워보기 쪽으로 완전 방향을 틀었던 기억이 난다.

 

4월 - 깊은 고민 끝에...개발 배우기로 결심!

Opic 시험도 친 김에 TOEIC도 미리 준비해놓으려고 TOEIC시험도 쳤다. 그리고 이런 어학시험보기를 다 마치자 마자 정보처리기사/산업기사 시험 공부를 준비했다. 혹시나 비전공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면 필수인 자격증이고 이걸 해두면 그래도 기초적인 컴퓨터공학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4월이 정말 올 해 최악의 달이었다. 아빠가 담낭염으로 쓰러져서 입원하셨는데 그러면서 받았던 여러가지 검사에서 당뇨합병증으로 신장, 시력까지 안좋아져 건강상태가 최악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ㅠ..솔직히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엄마가 너무 고생했던 한 달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은 절대 갈 수 없을 것 같고 국비지원 받아서 개발을 배워보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 같았다.

그래서 취성패 +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려고 결심한 순간 바로 필요한 서류를 찾아서 구비하고 바로 고용센터로 달려가 취성패과정을 신청했다. 3번의 상담사와 대면상담을 하고 상담선생님이 집합상담이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면 5만원이었나? 더 준다고 해서 어차피 카드 발급받는 동안 기다리는 거 참여하겠다고 하고 한 3일? 4일동안 집합상담에 나가게 됐는데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 일단 밥도 사줬고 나와는 다른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여자분들은 주로 디자인, 제빵 쪽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남자분들은 전기쪽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았다. 마지막 날에는 모의면접을 해봤는데 면접관역을 해주신 상담사분 말투랑 어조가 너무 좋아서 나도 저렇게 말하고 싶다고 느꼈다ㅋㅋ 집합상담이 끝나면 바로 근처 도서관에 가서 걍 계속 정처기 공부를 했다.

처음엔 그냥 책만 보다가 한 최근 3년치 기출을 모두 출력해서 제본해서 그거만 돌려풀었다. 도서관에서 집중이 안되면 집 근처에 있던 까페형 독서실 가서 문제만 계속 풀었다. 다른 건 대충 알아먹겠는데 전자계산기 구조 이걸 진짜 모르겠어서 유튜브에서 유수의 전자계산기 구조 강의를 설거지할 때마다 찾아봤다. 아무래도 유수 이 분이 정처기계의 1타강사인거 같았다. 아무튼 계속 이렇게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시험공부하고 정처기 시험을 치러갔다. 

계속 잘한 선택일까? 내가 할수 있을 까 VS 지금 안하면 언제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라는 생각 둘이서 머릿속에서 하루종일 싸웠다. 아직 카드는 나오기 전이고 너무 자신감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학원은 어디로 다닐지 알아봐야하니까 종로나 노원쪽을 알아보는데 그중 괜찮다고 하는 어떤학원을 신청했는데 거기서 연락이 와서 미리 면접을 받게 되었다. 근데 대면하면서 자꾸 아 2년만 일찍 오지, 2년만 일찍 왔더라면 이런 이야기를 자꾸 반복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아서 자존감이 정말 땅끝으로 곤두박질쳤었다..ㅋㅋㅋ 이미 시간이 지나 버린 걸 날 더러 어쩌란 건지 ㅋㅋㅋ 너무 짜증나고 오기도 생겨서 그 건물을 나오고 바로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서 자바스크립트 완벽가이드 엄청 두꺼운 코뿔소 책을 샀다. 들고 가면서 버스안에서 보는데 정말 무슨 말인지 아직도 하나도 모르겠더라.

자바스크립트를 처음 접했던 건 몇년전 SK T아카데미로 한 4일동안 HTML/CSS/Javascript 수업을 들었던 때였는데 그 때 HTML/CSS는 그나마 따라갔는데 그 다음 JS는 아규먼츠는 뭐고 파라미터는 뭐고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멍하니 나왔던 적이 있다...그 다음에 제대로 공부해보려고 퇴사 1달 전까지 재직자과정으로 들었던 JS과정이 있었는데 그거도 역시 기초적인 for문도 너무 어려워서 어버버대다가 끝났었다. 솔직히 HTML/CSS는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여겨지고 실제로 해외 UI디자이너들은 마크업도 디자이너의 영역이라고 친다는데 정말 디자인단계를 넘어가지 못하는 내가 개발을 할수 있을까? 하고 심각하게 의심이 들었다. 너무 초조하고 자신감 없는 나날이었는데 그러던 중 4월 19일에 코엑스에서 Women TechMakers Seoul 2019 라는 행사가 열린 다는 것이다..! 

 

 

이 행사의 홍보를 보자마자 공식사이트로 달려가서 티켓을 구매했고 여기서 일단 이 행사만 참여해보고, 이 날 발표하는 연사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최종결정을 내리자 라고 결심했다. 티스토리를 빨리 만들어서 여기에 후기도 잘 적었으면 좋을텐데..아쉽 ㅠ

IT업계에 종사하는 여성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분들이 정말 도움되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여태까지 갔었던 외부강연,행사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행사였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연사는 코인원 마크업 개발자분이었는데 그 분은 메모, 기록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런 기록들이 나중에 내가 했던 일의 증빙이 됨과 동시에 나만의 위키가 된다는 말이 정말 머릿속에 콕 하고 박혔었다. 그리고 원래 신방과였는데 공시 도전 후 복학해서 과감하게 컴공으로 전과한 후 동아리 참여, 코테준비를 거쳐 구글에 입사하신 개발자분 이야기가 많은 용기가 되었던 거 같다. 갑자기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냥 더 고민하지 않고 배워보기로 결심하고 학원수료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후기와 수료 후 행보에 대해 엄청 리서치 해보았다.

 

5월 - 국비지원 학원생활 시작

6개월 동안 개발자를 양성하는 국비지원 과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로는

  1. 6개월 안에 배워야하는 것들이 너무 방대하고 많은데 그 6개월이라는 기간은 짧고
  2. 비전공자이므로 쫓아가기 조차 버거워서, 강사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복붙만 하게 됨
  3. 이런 식으로 많은 수강생들이 너무 부실하게 훈련받게 되어
  4. 과정이 종료했을 때 겉핥기식으로만 코딩할 수 있는 코더가 되어있지 탄탄한 기초가 받침되어있는 개발자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비전공자 이므로 위에서 나열한 원인과 결과로부터 크게 피해갈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엉망진창 개발자가 되지 않고, 개발환경이 괜찮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고 스스로 물음을 던져보았는데 그 해결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정의내렸다.

  1. 꼼꼼한 예습, 복습을 통해 습득한 정보의 누수를 줄인다.
  2. 내가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지, 중요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기록한다.
  3. 전체 커리큘럼의 큰 줄기를 파악한다.
  4. 알고리즘 연습을 많이 해보기 / 차분하고 꼼꼼히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 기르기 

아무튼 학원을 정했고 다니기로 한 학원의 과정이 5월 14일에 시작일이었는데 그 전에 1주동안 기초학습한다고 해서 그거도 사정이 있었던 마지막날 빼고 모두 참석하였다. 컴퓨터 기초와 Java 기초자료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셨었는데 강사님이 수강생들 수준에 맞춰서 잘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그 당시 메모할때는 나는 아무래도 직업적 경험 때문에 그래픽 툴다루는 손이 좀 빠른편이라서 CMD나 IDE화면을 캡쳐하고 체크할 부분을 그림판으로 빨리 메모해놓고 구글문서에 복붙해서 기록했었는데 찾아보니까 티스토리에서 코드블럭 지원이 된다는 것이다!

 

const str = "정말 좋은 기능!!!!"

 

사실 2018년 말에 만들었었던 지킬 블로그에 마크다운 형식으로 기록할까 했었지만 나는 정말 이미지와 캡쳐도구를 애용하는 사람이라 곧바로 복붙이 되는 티스토리를 선택했다. 아직 마크다운 작성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기도 했었고..

아무튼 5월 14일에 수업이 시작됐고 그 때부터 티스토리 블로그에 매일 수강했던 내용을 최대한 꼼꼼하게 기록하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옆자리 앉게 되서 그때부터 매일 같이 밥을 먹게된 ㅋㅋ 친구한테도 티스토리 홍보하면서 약간 닦달하며 너도 기록해 그리고 서로 구독하자 했었다. 

17일에 다행이도 정처기/산업기사 필기를 합격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실기 준비를 틈틈이 하기 시작했다. 학원에 좀 남아서 공부하거나 그러려고 했는데 이 때는 실기는 좀 준비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우선 커리큘럼에 잘 따라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첫 단추를 잘꿰서 끝까지 잘하고 싶었다. 강사님이 주말동안 해오라고 과제를 내주셨는데 그 주에 아빠가 수술이 있던 때라서 주말동안 내가 엄마대신 병원에 있기로 했다. 아빠가 밤사이 자는 동안 간병침대에 누워서 들고간 놋북으로 잡힐듯 말듯한 실마리를 푸는 과정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다. 어차피 새벽에 아빠채혈하러 오기 때문에 다시 깨야해서 계속 붙들고 있다가 잠깐 졸았는데 한 4시쯤 병동간호사가 와서 아빠 체온,혈압을 체크하고 채혈간호사가 와서 피를 뽑았는데 채혈간호사는 다른 간호사들과 다르게 탁한 분홍빛 의상이어서 이거도 UX디자인의 한 부분처럼 느껴져서 신기했다.

 

6월 - 꾸준히 공부

최대한 배운 것을 촘촘하게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번에 하루하고 반 절 정도 간병을 하였고 아빠가 퇴원할 때가 되서 그 전 까지 병원에 세 번 정도 찾아간 것 같다. 깨달은 바가 많은 한 달 이었다. 식이조절과 운동 그리고 습관의 귀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였음…

그러다 좀 충격받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아빠침대 옆 자리 할아버지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였다. 티비앱에서 다른 채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조정해달라고 하셨었는데 설명드리면서 보니까 할아버지가 바탕화면이란 말을 뭔지 모르는 것이었다! 경험적 차이로 인해서 내겐 너무 익숙하고 쉽게 생각하고 있는 시각언어들의 뜻을 그분은 해석하는 것 조차 어렵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되게 씁쓸했다. 이 다음이 더 했는데 다른 자리 아주머니도 티비가 다음으로 안넘어간다고 봐달라고 하셔서 보니까 아주머니가 유튜브 광고 넘기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계셔서 그냥 무작정 터치만하는 바람에 계속 광고만 보고 계셨던거다. 좀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기술의 발전은 너무 빠른데 특히나 우리나라가 더욱 서투른 사람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인 것만 같고..

 

7월 - 실기준비 & SQL

과정을 시작한지 한 두달이 좀 넘어가서 다른 학원생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그랬다. 좀 친해진 친구들한테 또 티스토리로 개발블로그 작성하기를 전파해서 다른 친구 몇도 티스토리를 시작했다. 뒷자리 앉은 친구가 초반부터 깃허브 블로그로 학습내용을 작성하길래 한동안 버려두었던 깃허브 페이지를 다시 열어서 리포지토리 몇 개를 열고 몇 개를 닫고 했던 거 같다. 이 때 리액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을 때라서 유튜브를 보면서 몇 가지 튜토리얼 따라한 프로젝트들을 프라이빗으로 깃허브에 올려놓았었다. 그리고 실기시험이 있을 때라서 남아서 계속 퀴즐렛 돌리고 알고리즘 기출 20개인가 뽑아서 그거만 돌려보면서 실기 준비하고 실기시험을 쳤다. 정보처리기사랑 산업기사는 같은 날에 시험치는데 정처기는 오전, 산업기사는 오후 이렇게 진행된다. 나는 대학교에서 시험을 쳤었는데 정처기 다 풀고 나오니까 너무 시간이 떠서 그냥 캠퍼스 안에 열린 까페에서 커피사마시고 그냥 계속 돌아다녔다. 뭔가 입맛도 없어서 아무것도 안먹고 산업기사 치고 집에 왔다. 제발 하반기 취업준비할 때, 수료프로젝트할 때 차질 없게 한번에 붙었으면 했다. 이 때 처음 SQL에 대해 배웠는데 SQL을 배워보니까 정처기 DB부분 공부할 때 했던 명령어들이 뭐였는지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명령어 내용도 직관적이고 쉬워서 원하는 대로 데이터 가공하고 추려서 조회하고 이런것들이 재밌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간단한 명령어 하나로 엄청난 데이터를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좀 무서웠다.

 

8월 - 우여곡절 깃 사용기

내가 수업듣는 과정은 백엔드 개발자에 더 가까웠지만 나는 디자이너였기도 했고 앞단 건드리는게 좀 더 재밌기도 해서 프론트엔드 쪽으로 취업하고 싶었다. 학원에서 그런 준비를 해줄 수는 없어서 혼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면접질문, 요구되는 기술스택등을 찾아서 정리하고 보니까 하나같이 가장 기본적인 자바스크립트(Vanilla JS) 다루는 능력을 요구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Javascript 실전예제 200이라는 ebook을 구매해서 깃허브에 몇 가지 유용한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내가 정리한 것 : https://github.com/khe0124/Vanilla-JS

한 6월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구글문서로 일기를 썼던거 같은데 배우는 양이 너무 방대하기도 했고 해야할 게 산더미라 정신이 없어서 거의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티스토리보다 깃허브 페이지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을 때라서 이 시기부터는 전만큼 성의있게 포스트를 작성하지는 못했다. 이 때 깃 사용법을 익히느라 여러 프로젝트를 올려보고 수정하고 커밋하는데 뭔가 실수해서 몇 개월치 프로젝트를 한번에 날린 적이 있었다. 이 때 너무 충격받아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었다... 이 이전에 USB에 미리 자료들을 백업해둔게 천만다행이었다. 

제대로 이해한게 없는게 너무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졌고 하루종일 학원에서 수업듣고 앉아만 있으니까 체력이 훅훅 깎여나가는게 느껴졌다. 친구들이 한창 유도, 킥복싱같은 격투기 운동을 시작해서 효과를 보고 있을 때라 그런지 나에게도 너도 그냥 헬스같은 거 하지 말고 이런 운동해보라고 해서 집근처에 있는 무에타이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10분동안 쉬지 않고 줄넘기하고 미친근력운동들이 엄청 힘들어서 한시간 꽉채워서 운동하고 나면 너무 지쳐서 입맛도 싹사라지고 길거리에 치킨냄새만 맡아도 토할 정도였다. 자세도 엉망이고 손발이 지맘대로 나가서 1:1로 마주보고 미트잡아줄 때 내 상대였던 중학생친구가 계속 한숨쉬면서 자세 교정해주었던 ㅋㅋㅋ ㅠㅠ 그래도 되게 샌드백칠 때의 타격감이 엄청 재밌었다. 

그리고 정처기/산업기사 실기를 턱걸이로 간신히 붙어서 자격증에 대한 걱정은 한층 덜게 되었다!

 

9월 - 첫 CRUD 웹사이트

이 때 좀 집중도 안되고 엄청 어수선한 시기 였는데 마침 JSP를 이용해서 Model 1방식으로 CRUD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고 호스팅까지 하게 됐는데 실제로 글작성, 삭제, 수정과 덧글다는 기능까지 붙여서 올려보니까 되게 재미있었다. 물론 너무 초보적인 사이트고 보안이고 뭐고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사이트: http://khe0124.cafe24.com/

지금 작년이나 재작년의 흐름을 보니까 7~9월 동안 기록남기는 걸 힘들어 하는 걸 보니 주의해서 일기를 써야겠다.

 

10월 - Spring으로 졸업프로젝트, 취준 시작

MVC패턴에 대해 처음 접하고 Model, Controller, View를 분리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진짜 너무 어려운 개념이라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게시판을 model2방식으로 작업했을 때 거의 복붙만 겨우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서블릿, 컨트롤러에 대해 간략히 배우고 드디어 궁금하던 스프링을 배우게 되었는데 (전회사에서 개발자분께 요청드려서 PC에 Spring STS를 설치하고 코드를 공유 받은 적이 있었다.) 메이븐으로 의존성관리를 하니까 라이브러리를 하나하나 붙일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역시 진짜 실제 프로덕트를 뽑아내는 프레임워크라 그런지 배워야할 개념도 너무 많고 또 새로 접하는 사용법 때문에 진짜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꾸역꾸역 메모를 하면서 모르는 부분은 네이버 Edwith의 웹프로그래밍 커리큘럼 중에 Spring에 관한 파트가 있어서 그 강의를 보면서 공부했다. 
학원에서 얼추 Spring으로 CRUD 프로젝트 하나를 튜토리얼식으로 따라하고 나니 벌써 졸업프로젝트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학원과정도 곧 끝날 때가 되니까 되게 엄청 마음이 조급해졌다. 조가 짜여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우리 조는 호텔예약 웹사이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8월쯤에 한 사이트를 참고해서 DB설계, 테이블정의서를 작성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도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하나도 안잡혀서 너무 어렵고 지루했던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 처음부터 해야한다니 앞길이 막막했다. 수정에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DB설계를 얼추하고 역할을 나누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는 조장을 맡아서 전체적인 소스를 취합하고 사실 처음 시작부터 git으로 코드를 공유하고 머지하고 싶었지만 팀원들 중 git에 익숙한 사람이 한명 밖에 없고 내가 일일이 다 가르쳐서 새로운 걸 시도해보기엔 시간이 좀 부족하고 내가 그만큼까지의 역량이 못된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그 와 동시에 학원에서 슬슬 이력서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해서 받은 양식대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대로 다른 취업사이트에도 게시하고 공개하였다. 

 

11월 - 학원 수료

DB설계가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이미 예약된 객실을 제외하고 특정날의 예약가능한 객실을 어떻게 조회해야하는 지 이걸 어떻게 쿼리문으로 짜야하는지 정말 온갖사이트를 뒤지고 머리를 짜내면서 짰던 기억이 난다. 우선 더 지체할 수 없어서 진행하였는데 이렇게 직접 뷰단에 붙이고 하니까 뭔가 전과 다르게 DB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그러던 중 나는 꾸준히 입사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원에서 제의해준 SI업체, 스타트업 등으로 면접을 몇 군데 보았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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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면접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우선 수료전에 경험해보고자 무작정 보러다녔던 건데 보고 나니 어떻게 준비해야할 지 감이 조금은 오는 것 같았다. 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해서 잠시 구직은 중단하고 발표전까지 프로젝트 마감에 집중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발표까지 할 수 있었다. ㅠ_ㅠ 그럴듯하게는 보이지만 백단에 사실 좀 문제가 많았다. 쿼리문이 잘못되서 내역조회가 이상하게 되는 게 있었고...너무 정신이 없고 이제 한창 이력서를 쓰고 면접도 경험해보고 했을 때 일일이 그걸 다 신경써서 수정할 새가 없었다....정말정말 리팩토링을 하고 싶다. 아무튼 완료한 프로젝트를 cafe24로 호스팅하고 관련 프로젝트 리파지토리를 파서 내 github에 올렸다.



12월 - 기술면접 준비 & 본격 취준

그 전에 지나간 시간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다. 학원에서 졸업때 잘했다고 받은 상품권으로 바로 러닝 자바스크립트 책을 샀다. 그리고 학원 동료랑 기술면접 준비를 같이 하기로 했었다. 매주 두 번씩 만나서 출력한 자주 묻는 문제들을 같이 공부하면서 봤다. java, Spring, Javascript 이런 언어부터 컴공 전반 운영체제나, 자료구조같은 것도 같이 봤는데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같이 만나서 하니까 훨씬 집중도 잘되고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취업준비를 하다가 
DevFest WebTech 2019라는 행사가 있길래 기분 전환도 할 겸 참석하러 갔다 왔었다. 
후기: https://seaweedisland.tistory.com/146

그러고 몇 군데 면접을 보게 되어서 보러 갔다오고 갔다와서 알면서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그랬다. 지금 회사 면접보기 전 마지막으로 본 면접에선 불러놓고 사실은 개발직군이 아니라 개발기획 쪽 인터뷰였어서 실망을 좀 했다. 전공도 아니고 경험도 없어서 그런가 싶어서..ㅠ 잘 이야기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금회사 팀장님이 보내주신 문자를 보고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고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총평

지나고 보니 좀 더 열심히 할 걸 이라는 생각이 드네 ㅎㅎ 기록과 꾸준함의 힘을 믿게되는 한 해였다.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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